말보다 행동을 보자: 테슬라(TSLA)와 일라이 릴리(LLY)의 자신감 있는 움직임
투자를 결정할 때, CEO의 장밋빛 전망과 화려한 발표가 눈길을 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자신감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납니다. 오늘은 테슬라와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의 최근 사례를 통해, 이들이 향후 출시될 제품에 대해 얼마나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테슬라: 신형 모델 Y의 동시 다발적 생산
과거: 한 공장에서 시작하여 순차적 확장
- 모델 S/X: 2012년부터 프리몬트 공장에서만 생산했습니다. 다른 공장으로의 이전이나 병행 생산은 없었습니다.
- 모델 3: 2017년 하반기에 프리몬트 공장에서 먼저 양산을 시작했고, 2019년 말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을 추가했습니다. 이후 2021~2022년에 베를린 기가팩토리 설립이 완료된 후, 모델 3 생산이 점차 확대되었습니다.
- 기존 모델 Y: 2020년 초, 프리몬트 공장에서 가장 먼저 양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2021년 상하이, 2022년 베를린 기가팩토리로 순차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즉, 과거 테슬라의 신차 램프업은 대체로 단일 공장에서 시작 → 시장 반응 확인 → 다른 공장으로 점진적 확장이라는 패턴을 보여 왔습니다.
현재: 신형 모델 Y(‘주니퍼’)의 동시다발적 생산
- 텍사스 기가팩토리, 프리몬트 공장, 베를린 기가팩토리,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동시에 신형 모델 Y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 이는 단순히 여러 공장에서 “순서대로”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각 공장에서 동시에 신차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과거와 크게 다릅니다.
- 일론 머스크 CEO는 2024년 10월 “We, Robot” 행사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인 ‘사이버캡(CyberCab)’을 2026년 전에 양산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과정에서 “대규모 공장 재도구화(retooling)”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설비를 재정비하는, 장기적 효율성을 노린 대담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모델 Y의 이번 생산 사례를 바탕으로 향후 나올 저가형 모델과 사이버캡의 생산 방식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왜 특별한가?
- 과거 모델과 달리, 신형 모델 Y의 양산은 세계 주요 공장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 대규모 공장 재도구화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운영·공정 관리 측면에서 매우 복잡하고 비용이 크게 들기 때문에, 단순한 말 이상의 강력한 실행력과 자신감을 보여줍니다.
- 과거 모델 3나 기존 모델 Y의 램프업 때는 초기 생산 차질과 '생산 지옥(Production Hell)'을 겪었던 바 있지만, 이번에는 여러 공장을 동시에 가동하며 과거보다 빠른 속도로 생산 안정화에 도달하려는 시도라고 분석됩니다.
2. 일라이 릴리: 오포글리프론의 대규모 출시 전 재고
과거: 승인 전 제조 투자 사례
- Mounjaro(티르제파티드):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받기 전부터 제조 설비 투자 확대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약 4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로, 출시 시점에 원활한 공급이 가능하도록 준비했습니다.
- 코로나19 대응: 항체 치료제(bamlanivimab) 등에서 제조 시설 확충이 있었습니다.
대체로 릴리는 임상 최종 단계에서 승인 직전에 생산 능력을 확충하는 관행을 갖고 있었지만, 임상 3상 결과도 발표나기 전부터 이번처럼 재고를 미리 대량 쌓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현재: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에 대한 ‘5.5억 달러’ 재고
- 규모: 5.5억 달러(약 7,300억 원) 상당의 재고를 승인도 받기 전에 쌓고 있습니다.
- 제품 상태: 오포글리프론은 경구용 GLP-1 비만 치료제이며,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현재 임상 3상을 진행 중입니다. 승인 가능성 자체는 낙관적으로 보이지만, 임상이 아직 종료되지 않은 단계입니다.
- 이전 사례 대비 독특성
- 재고 규모의 이례적 크기: Mounjaro도 승인 전 제조 투자 사례가 있지만, 이번 오포글리프론 재고 규모가 그 이상이며, “코로나19 백신에 필적하는 수준의 출시 전 재고”수준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 시점: 임상 3상 완료 전부터 재고를 쌓을 만큼 조기 생산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통상적인 ‘승인 직전 투자’보다 훨씬 과감합니다.
왜 특별한가?
- 신약이 아직 공식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5.5억 달러라는 막대한 금액 만큼의 재고를 확보하는 것은, 오포글리프론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릴리의 확고한 믿음을 보여줍니다.
- 승인이 불발될 경우 재고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도 상당하므로, 이는 말 그대로 기업이 “실제로 베팅을 걸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과거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등의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일반 신약에서 이 같은 수준의 출시 전 재고를 축적한 사례는 거의 없었습니다.
결론: ‘이례적’인 규모와 동시성
테슬라와 일라이 릴리의 사례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를 보여줍니다. 말뿐인 장밋빛 전망이 아닌, 실제 자금을 투입하는 '행동' 이야말로 기업의 진정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강력한 증거입니다.
- 테슬라는 과거 모델 출시와 달리 여러 공장에서 ‘동시에’ 신형 모델 Y를 생산함으로써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이는 이전 세대 모델들이 겪은 순차적 확장과 생산 차질을 크게 단축하려는 시도이며, 테슬라가 신형 모델 Y 시장성과 글로벌 제조 역량을 확신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 일라이 릴리는 아직 승인 전인 오포글리프론에 대해 5.5억 달러에 달하는 재고를 쌓고 있습니다. 이는 통상적인 승인 전 제조 투자보다 훨씬 과감한 규모로, 회사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빠르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강력한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기업이 '돈을 걸고'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백 마디 말보다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신호입니다.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기업이 실제로 어디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행동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이례적인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기업의 과감한 베팅은 향후 출시될 제품들이 시장에서 확실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에 기반하며, 이러한 자신감은 투자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테슬라와 일라이 릴리의 사례를 보면서, 기업의 미래 가치를 평가할 때 경영진의 '말'보다는 실제 이루어지는 '행동', 즉 투자 규모와 전략의 과감성이 훨씬 더 믿을 만한 기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으로 투자를 바라본다면, 단기적인 주가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좀 더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