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전쟁1]첨단 산업의 비타민, 희토류를 둘러싼 미중 패권 전쟁의 역사
스마트폰에서 전기차, F-35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희토류 없이는 21세기 첨단 산업을 논할 수 없습니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 '4차 산업혁명의 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희토류는 이제 단순한 광물 자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으로 부상했습니다.
본 글은 희토류의 중요성과 미중 간의 치열한 패권 경쟁의 역사를 집중 조명합니다. 1편에서는 희토류의 가치와 미중 갈등의 전개 양상을 심층 분석하고, 2편에서 투자자 관점에서 이들 간의 대립을 어떻게 봐야 할지에 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왜 희토류인가?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 터빈, 반도체, 군사 장비 등 다양한 첨단 산업 분야에서 산소 같은 존재로 꼽히는 자원이 있습니다. 바로 '희토류(Rare Earth Elements)'입니다. 희토류는 주기율표 상의 17개 원소(란타넘족 15개 + 스칸듐, 이트륨)를 통칭합니다. '희귀한 흙(Rare Earth)'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지각에 비교적 풍부하게 존재합니다. 하지만, 경제성 있는 채굴이 어렵고, 추출 및 정제 과정이 복잡하여 전략적 가치를 지닙니다.
- 주기율표에서 원자번호 57~71(란타넘족) + 스칸듐, 이트륨을 포함한 총 17개 원소
- 고자성(高磁性), 발광, 전기적 특성이 우수하여 첨단 소재·제품에 필수
이처럼 희토류는 첨단 제품의 핵심 부품을 만들 때 소량만 써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나 ‘21세기 전략 자원’으로 불립니다.
1) 첨단 산업의 숨은 주역
- 강력한 자성
-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구자석 생산에 필수
- 전기차 모터, 풍력 터빈,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핵심 소재
- 특수 광학 특성
- 유로퓸(Eu), 터븀(Tb), 이트륨(Y)은 발광 소재로 활용
- LED, 디스플레이, 광섬유 통신에 사용
- 촉매 기능
- 세륨(Ce), 란탄(La)은 석유화학 분야의 핵심 촉매
-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필수
- 군사 기술 응용
- 레이더 시스템, 정밀 유도 무기에 활용
- 나이트비전, 위성 통신 장비의 필수 소재
2) 중국이 장악한 시장
- 2023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0%, 정제·가공 분야에서는 약 80~90%를 차지하는 ‘절대 강자’로 군림합니다.
- 생산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 폐수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경 규제가 덜 엄격했던 중국이 대규모 채굴·정제를 단시간에 늘린 측면이 있습니다.
- 여기에 막대한 정부 지원과 기술 개발이 더해지면서, 중국은 희토류를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2. 희토류 패권 전쟁의 역사
1단계: 미국의 독점 시대(~1980년대)
- 캘리포니아 Mountain Pass 광산이 세계 생산의 1/3 담당
- 미국이 채굴, 정제, 가공 기술 선도
- 환경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생산 비용 낮음
2단계: 중국의 부상(1990년대)
- 덩샤오핑의 전략적 판단
-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1992년)고 선언
- 희토류를 전략 자원으로 인식하고 산업 육성
- 생산 기반 확대
- 내몽골 자치구 바오터우 지역 중심으로 생산 증대
- 저렴한 인건비와 느슨한 환경 규제로 가격 경쟁력 확보
- 미국, 일본 등의 생산 시설이 중국으로 이전
3단계: 중국의 시장 지배(2000년대)
- 생산 독점
- 세계 생산량의 97%까지 점유
- 가공 기술 축적 및 특허 확보
- 완벽한 수직계열화 달성
- 수출 통제 시작
- 2006년 수출 쿼터제 도입
- 수출세 부과로 가격 통제
- 자국 산업 보호 정책 강화
4단계: 첫 번째 충돌(2010년) :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과 ‘무기화’ 첫 사례
- 센카쿠 열도 사태
- 중일 영유권 분쟁 발생(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다툼이 벌어진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해역에서 일본이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사건이 발생)
- 중국, 일본향 희토류 수출 중단( “중국이 희토류를 외교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전 세계에 각인)
- 글로벌 공급망 충격
- 국제 사회의 대응
- 희토류 가격 폭등(일부 원소 10배 이상)
- 미국, EU, 일본이 WTO에 제소
- 대체 공급망 구축 논의 시작
5단계: WTO 분쟁과 변화(2012-2015년)
- WTO 제소와 판결
- 2012년: 미국·EU·일본의 공동 제소
- 2014년: WTO는 “중국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최종 판결
- 2015년: 중국, 수출 쿼터 공식 철폐(명목상 희토류 수출 쿼터와 관세를 철폐했지만, 여전히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희토류 생산·정제를 국유 기업으로 통합 관리)
- 산업 구조 변화
- 중국, 국영기업 중심 구조조정
- 환경 규제 강화로 생산 비용 상승
- 해외 생산 기지 확보 시도
6단계: 무역전쟁과 희토류 갈등의 재점화(2018-2021)
- 무역전쟁의 발발
-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발표
- 7월: 34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
- 중국도 같은 규모로 보복 관세 시행
- 희토류를 통한 중국의 압박
- 2019년 5월: 시진핑 주석, 장시성 희토류 공장 시찰
- 관영매체들 "희토류는 중국의 중요한 전략자원" 강조
- "미국이 중국 제품을 사지 않으려 한다면, 중국의 희토류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경고
- 미국의 초기 대응
- Mountain Pass 광산 생산 확대 지원
- 국방부, 희토류 관련 기업에 약 3천만 달러 투자
- 호주 Lynas사와 미국 내 가공시설 설립 협약
- '핵심 광물 비축 프로그램' 수립
7단계: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2022-현재)
- 반도체 전쟁과 희토류 보복
- 2022년 10월: 미국,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 ASML 등 핵심 장비의 대중 수출 제한
- 2023년 12월: 중국, 희토류 가공기술 수출 통제 발표
- 중국의 광물자원 무기화
- 2024년: 갈륨, 게르마늄 수출 허가제 도입
- 흑연 수출 규제 강화
-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의 해외 이전 금지
- 미국의 공급망 재편 가속화
- '친구쇼어링(Friend-shoring)' 전략 추진
- 인도, 베트남 등과 희토류 협력 확대
- IRA(인플레이션감축법)를 통한 국내 생산 지원
- 갈등의 장기화 조짐
- 중국의 희토류 산업 통제력 강화
- 미국의 기술 제재 지속
- 글로벌 공급망의 지역별 블록화 진행
3. 양국의 대응: 희토류를 둘러싼 패권 다툼
3.1 미국의 전략
- 국내 생산 확대
- 캘리포니아 ‘Mountain Pass’ 광산 재가동 및 정제 시설 확충
- 국방물자생산법(DPA) 등을 통한 정부 자금 지원
- 동맹국 협력
- 호주(라이나스 등), 캐나다, 브라질 등과 공동 개발, 공급 협약
- “프렌드쇼어링(friendly shoring)” 정책으로 공급망 다변화 시도
- 친환경·재활용 기술 개발
- 희토류 추출 과정에서의 방사성 물질, 폐수 오염 등을 줄이는 기술 연구
- 기존 제품 폐기물에서 희토류를 회수·정제하는 재활용 인프라 구축 추진
3.2 중국의 전략
- 산업 통합 및 국가 통제
- 2021년 ‘중국 희토 그룹’ 설립
- 채굴·정제·가공 전 과정을 국유 기업이 주도, 생산량 및 가격 관리
- 글로벌 공급망 장악
- 해외 광산 투자
- 아프리카, 브라질, 동남아 등지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 적극 추진
- 중국 기업의 지분 투자를 통해 해외 매장지도 확보
- 핵심 기술·광물 수출 규제
- 정제·분리 기술을 “국가 전략 기술”로 간주
-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희귀 광물 수출 관리 강화
- 가공 기술 보호
- 필요 시 희토류도 추가적으로 ‘무기화’할 여지를 남김
4. 향후 전망
4.1 희토류 수요는 계속 증가
- 전기차·청정 에너지 확산: 전기차, 풍력 발전 등에서 희토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 군사·우주 산업: 우크라이나 사태 등 전 세계 안보 이슈로 군비 경쟁이 심화되는 흐름도, 희토류 수요 확대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4.2 ‘탈중국’ 공급망, 쉽지 않은 길
- 시간·비용 문제: 새로운 광산 개발과 정제 시설 건설에는 막대한 투자와 수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 환경 규제: 미국·유럽 국가들은 환경·안전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기 때문에, 중국 수준의 대규모 생산을 단기간에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 기술 장벽: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은 숙련이 필요한 고난도 분야입니다. 중국이 다년간 축적한 노하우를 넘어서려면 상당한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4.3 장기화·고착화되는 미·중 갈등
- ‘기술 패권’이 핵심: 희토류는 반도체, AI, 항공우주 등 미래 기술의 근간을 이룹니다. 두 강대국이 이 영역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습니다.
- 지정학적 위험: 무역 분쟁이 언제든 다시 격화될 수 있으며, 필요할 때마다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낼 수 있습니다.
- 가격·공급 변동성: 갈등이 심화될 때마다 희토류 시장의 가격 폭등, 공급망 혼란이 재발할 우려가 큽니다.
4.4 단기 전망
- 공급망 재편
- 미국 중심의 대체 공급망 구축
- 호주, 브라질 등 새로운 생산지 부상
- 가격 변동성 지속
- 기술 경쟁
- 재활용 기술 발전
- 대체 소재 개발 가속화
- 환경 친화적 채굴법 연구
4.5 장기 전망
- 산업 구조 변화
- 글로벌 공급망 다극화
- 순환경제 체제 구축
- 기술 혁신 가속화
- 지정학적 영향
-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심화
- 새로운 국제 협력체계 등장
- 자원 민족주의 강화
결론
희토류는 양국 간 무역 분쟁이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어떻게 보면 작지만, 실제로는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 자원입니다. 이 자원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세계 첨단 산업과 국가 안보에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 중국은 자국이 쌓아 올린 희토류 생산·정제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합니다.
-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력, 자국 내 생산,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 전 세계는 희토류 수급 불안정성에 대비해 대체 물질·재활용 기술·공급망 다변화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희토류는 첨단 산업과 군사·안보 분야에서 점점 더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며, 그만큼 미·중 간 갈등의 한 축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1편에서는 이러한 희토류의 중요성과 미중 패권 전쟁의 전개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2편에서는 투자 시사점이나 시장 전망 같은 좀 더 구체적인 경제·투자 관련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2편을 기대해주세요!)